과거 클라우드의 개념이 퍼질 때에도 무엇인가 완전히 색다른 다른 차원의 서비스라고 확대 해석되고, 클라우드를 주창하는 기업들은 그럴듯한 발표로 신기술로 바뀔 세상에 대해서 강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의 방대한 서버 용량을 통해 개인이 자유로이 데이터를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불과하고 인터넷 환경이 발전하면서 그 속도가 무척 빨라진 정도에 불과합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방대한 스토리지 용량과 빠른 인터넷 속도가 만들어낸 새로운 서비스임에는 분명하지만,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는지는 잘 체감하지 못하겠습니다. 핸드폰의 사진 용량이 꽉 찼을때 구글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활용해 넘치는 사진들을 업로드 하고 있을 뿐이죠. 클라우드 자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나, '새로운 개념으로 무장한 용어'가 '새로운 세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유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잘 모를 때에 선구자들의 열정에 현혹되기 쉽죠. 


제가 파악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또한 클라우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 간 거래의 장부가 그 거래를 가능하게 한 기업 서버 플랫폼 위에 있었다면, 이제 그 장부의 내역이 개인으로 옮겨갈 뿐이죠. 과거 장부에 기입하는 데이터들의 용량을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었다면, 4TB 용량의 외장하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때에 KB 단위의 장부를 개개인이 보유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과거 불법공유라고 일컬어지던 P2P 서비스를 통해, 굳이 데이터를 특정 기업의 서버에 두지 않고, 개인이 데이터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죠. 과거의 P2P 서비스는 장부의 추적이 안되어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었다면, 이제 이 P2P 서비스에 '블록체인'이라는 장부가 따라다니도록 설정합니다. 누군가가 데이터를 구매하면 그 기록이 구매자와 판매자 뿐만 아니라 해당 데이터와 관계된 전세계 모두의 장부에도 남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근본적으로 불법공유의 길이 막히게 됩니다. 정당한 구매로 발생되지 않은 데이터의 거래는 전세계 다른 장부와 비교하여 일치하지 않게 되고, 해당 데이터의 접근 권한을 잃게 되겠죠. 


상대적으로 용량이 작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음원 서비스가 바로 이러한 블록체인의 혜택을 누리기 가장 쉬운 상거래 형태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블록체인과 음원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1. 음원 구매에 따른 정산과 데이터, 장부의 흐름



현재 상황은 위와 같습니다. 소비자가 100을 주고 구매했다면, 창작자는 최종적으로 13.8을, 제작자는 35.2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창작자는 작사자, 작곡자, 편곡자, 각 연주인, 보컬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실제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2이하로 떨어지겠죠. 


물론 홈레코딩의 발달로 창작자인 동시에 제작자가 될 수 있는 1인 창작-제작자의 경우 음원을 발매하면 100중에 40정도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이때 거대 기획사보다 아무래도 홍보나 마케팅이 약할 수 밖에 없으므로 애초에 100의 파이가 크진 않겠죠.  


어쨌든 위의 구조는 복잡한 유통의 단계를 거치면서 창작자에게 불리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해 줍니다. 


음원 데이터의 흐름도 복잡합니다. 


창작자 쪽에서 나온 창작물은 제작자를 거치면서 '상품화'되고, 이 상품화된 결과물인 음원은 각종 형식(mp3, wav 등)으로 제작자와 계약된 음원유통 업체로 갑니다. 음원유통업체는 국내 음원사이트 및 국외로 해당 음원을 퍼뜨리게 되고, 소비자는 본인이 가입한 음원사이트를 통해 해당 음원을 스트리밍 하거나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저작권협회로 가는 데이터는 음원사이트를 통한 스트리밍이나 구매 외에 발생하는 해당 음원의 이용에 대한 데이터 전송을 포함하고 있는데, 행사, 방송, 노래방, 영화 사용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실연자 협회는 따로 음원을 다룰 필요가 없으므로 음원 데이터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계약에 따른 장부의 흐름은 데이터와 반대로 일어납니다. 


소비자와 음원 서비스 업체간 계약 (월정액 등)은 개별 거래 내역으로 장부에 남고, 모든 소비자와의 거래를 통합하여 음원 서비스 업체의 전체 장부가 만들어 집니다. 음원 서비스 업체는 해당 장부 중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여 저작권협회, 실연자연합회, 음원유통업체에 배포하게 되는데, 창작자와 제작자는 요청이나 정산 사이트 등을 통해서 장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음원 데이터와 장부의 흐름을 보면, 음원서비스 업체가 음원 데이터와 전체 장부를 소유한 유통 과정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고, 거의 독점적으로 유통을 장악하게 되면서 100중의 40이라는 거대한 수수료 수익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2. 블록체인 적용에 따른 장부의 흐름




음원에 블록체인이 삽입되게 되면 블록체인에는 음원에 대한 모든 데이터와 거래 이력이 함께 존재하게 됩니다. 즉, 해당 음원에 접근하게 되면 음원 데이터만 얻을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해당 음원에 대한 모든 거래 히스토리에 접근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 기술이 불러오는 효과로 우선 몇 개 유통 과정은 사라집니다. 



□ 저작권 협회가 필요 없습니다. 


음악 저작권 협회의 역할이 음원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하여 음원이 사용될 때 그 사용료를 추적하여 부과하고 지불받아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기능인데, 모든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존재하게 되므로, 대행 관리가 필요없게 됩니다. 


□ 실연자 연합회가 필요 없습니다. 


위와 같습니다. 


□ 음원 유통 업체가 필요 없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블록체인과 큰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제작자가 직접 각 음원서비스 업체를 컨택해서 자유로이 음원을 보내고자 한다면, 굳이 음원유통업체를 통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은 개인이나 단체인 제작자가 국내와 해외의 음원 서비스 업체 모두와 계약하는 행정처리에 대한 시간과 노력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음원유통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죠. 대신 이런 음원유통업체의 순기능이 있는데, 바로 '사전 검열'입니다. 해당 음원의 사운드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상업적, 예술적인 의미가 크지 않다면 업체는 유통을 거부할 테고, 어느정도 양질의 음원들이 통과하여 소비자에게 배포되겠죠. 


소비자와 창작자가 직접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장부의 특성상 유통업체의 역할은 점차 작아질 겁니다. 






3. 블록체인 적용에 따른 음원 데이터의 흐름



블록체인의 적용으로 음원유통업체, 저작권협회, 실연자 연합회 등의 존재가 무의미해졌다는 가정하에, 초기-중기-성숙기의 세가지 기간으로 음원 데이터 서비스의 변화를 예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기

창작자에 의해 창작된 작품은 제작자를 통해 다듬어지고, 우리가 아는 음원의 형태로 음원 서비스 업체들에게 직접 배포될 것입니다. 소비자는 이런 데이터를 여전히 음원 서비스 업체를 통해 스트리밍하거나 구매할 겁니다. 이미 익숙해져 편한 형태의 서비스를 바꾸기는 쉽지 않겠죠. 




□ 중기

음원 서비스 업체를 통한 음원들은 소비자 개인의 클라우드에도 올라와 있고, 음원 서비스 업체를 통하지 않더라도 제작자를 통해 직접 스트리밍/구매가 가능해 집니다. 인터넷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고, 저장장치의 용량 당 비용이 해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제작자가 해당 음원을 직접 서비스하는 비용이 크지 않을 겁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각자가 구매해서 보유한 음원들을 블록체인이 실린 P2P서비스를 통해 직접 공유하게 될겁니다. 


Grid 서비스를 통한 P2P 공유는 시스템을 느리게 만들고, 해킹의 위험에 노출되는 위험 등으로 거부감이 큰데, IT환경의 발달로 점차 이런 거부감을 줄어들 겁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해킹에 대한 위험도 극히 낮아지겠죠. 


따라서 음원 서비스 업체는 기존에 보유한 방대한 양의 음원 정보와 가입 고객을 활용할 방법을 찾게 될겁니다. 음원 스트리밍과 구매를 통한 수익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음원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유명 뮤지션을 통한 플레이리스트 제공, 인기있는 음악가에 대한 공연 추진 등 마치 거대 기획사가 하는 일들을 추진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합니다. 최근 음원서비스 업체와 기획사가 손 잡은 비즈니스 들이 이러한 추세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는 듯한 인상입니다. 


SM·JYP·빅히트 엔터, SK텔레콤과 손잡고 콘텐츠 유통사업 추진…AI, 블록체인 기술도 도입

(http://www.newspim.com/news/view/20180131000159)


따라서 음원 서비스 업체를 통한 음원 데이터의 이동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 성숙기

최종적으로 음원 서비스 업체는 '음원 포털'의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할텐데, 1~2위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포털로만 보면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가 유리하겠죠. 음원 가입자로는 멜론 정도가 있겠습니다. 이미 이들 업체들은 단순한 음원 스트리밍과 구매 서비스 제공에서 확장하여 음원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영역으로 뻗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는 표현하지 않았으나, 홈레코딩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스스로 제작이 가능한 실력있는 창작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볼 때 결국 창작자 - 소비자 간의 직거래가 가능해지리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역을 블록체인에 남아있게 되겠죠. 


더할나위없이 빨라진 인터넷 속도와 개인 보유 용량의 획기적인 증가로 소비자 간 P2P를 통해 음원들은 순식간에 공유될테고, 백 메가 단위에 육박하는 WAV 포맷의 고음질 공유가 손쉬워 질겁니다. 당연히 영화 등 고용량 디지털 콘텐츠들도 포함되어 가겠죠. 


이때 음원포털은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수많은 창작자들이 만든 음원들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보다 확실하게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AI, 인공지능이 보다 발전하여 사용자의 취향을 면밀히 고려한 플레이리스트를 자동으로 재생해줄 것이며, 블록체인을 통한 통계 데이터는 그 정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입니다. 








4. 성숙기에서 음원 구매에 따른 정산 흐름




성숙기의 정산은 매우 단순화된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제작자로 가는 제작료를 고정하여 44라고 가정한다면, 소비자가 구매한 100에 대해 아무런 수수료와 유통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56이 온전히 갈 수 있는 구조를 이룩하게 됩니다. 



음원 포털은 현재의 네이버 처럼 광고 등으로 자체 수익을 누리게 될텐데, 음원의 순위를 조작할 수 있는 등의 위험도 없어질 겁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장부를 통해 조작할 수 없는 통계 데이터가 전 세계 모두에게 공유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5. 마치며



너무 유토피아적 관점으로 블록체인이 음악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예상해 봤는데, 사실 이러한 성숙기가 10년안에 올지, 50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음악인이자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산업 구조의 변화에 그때그때 적응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잘 찾아보자 라는 측면에서 해당 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